오늘은 간만에 휴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또 데리고 오기로 아이와 약속했다. 엄마랑 있으면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아침마다 실랑이라던데, 때론 아빠가 데리고 가면 어린이집 가는 것을 의외로 좋아라 하는 것 같다. 나중에 만나, 인사하며 씩씩하게 어린이집으로...
그렇게 오후에 아이를 다시 만나 아파트 내 연못가에서 다른 친구들을 기다렸다. 하나둘씩 친구들이 엄마랑 함께 나타나자 나는 아이와 엄마에게 그간 안부를 묻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중에서 A는 약간 뭐랄까.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전염된 그런 케이스랄까. 뭔가 속시원하게 뭘 하지 못하는 느낌을 종종 받게 된다. 어린 아이면 아이답게 말하고 행동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A는 대체로 어린아이답지만 때론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부모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것도 곁에서 지켜보는 나로선 영 마뜩찮다.
어린이집에서 빅파이를 나눠 주었나 보더라. JY는 일찌감치 먹고 없었는데, A는 가방 속에서 그게 나왔고, 그제서야 먹는단다. 그런데 먹는 속도가... 찔끔찔끔. 손에 쥐고 먹는둥마는둥이다. 그러다가 JY가 툭 치는 바람에 그게 땅에 떨어졌다. 당연히 A는 먹을 수 없게 된 과자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고, JY 역시 약간은 당황한 눈치. A는 엄마 품에서 울고, JY는 내품에서 혼자서 뭐라 중얼중얼. 나로서는 '네 잘못이 아니야. 실수였지. 그래도 A에게 미안해라고 해 주자'고 그랬는데 영 내키지가 않는 모습이다. 눈에 약간 눈물도 맺힌...
그러다가 또 다른 아이의 엄마가 두 녀석을 달래려고 과자를 나눠줬는데, JY는 그 과자를 손수 뜯고는 뭐라뭐라 그러더니 이내 억울한 울음을 터뜨렸다. 오히려 울고 있던 A가 머쓱해질 정도로.
JY는 뭔가 대단히 억울했거나, 그 상황에서 자신을 먼저 달래주지 않은, 아니 상대A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라고 한 아빠의 태도가 섭섭했나?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하여간 A는 엄마랑 곧 사라졌고, 한동안 JY는 내게 삐진 상태였다. 뭐 그 시간이 그리 길진 않았고 '줄넘기' 줄 갖고 잘 놀긴 했다. 저녁도 잘 먹고, 목욕도 하고, 잠자리에 누워 책도 읽고 이야기하고...
그런데 목욕하는 동안, JY가 그랬다. "아까 울었던 거 비밀이야. 아무한테도 이야기하면 안돼"라고... 그래서 나는 "그래 알았어. 하지만 아깐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오히려 A가 과자를 너무 오래 손에 쥐고 있어서 언제든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단 걸 아빠도 잘 알아."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비밀이라니깐, 왜 나한테 이야기하는 거야?"라는 것이다. "아, '비밀'은 JY, 너한테도 이야기하면 안되는거야?"그랬더니 그렇단다. 결국 앞으로 이야기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던 것.
햐, 이 녀석도 주변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이렇게 삭히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내가 그런 편이라서 그런가) 그냥 툭 터놓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