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6

[책읽기]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그 일을 기억하는가? 
바로 서울대 황우석의 논문조작 사건이다. 
황우석 교수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기 한번 제대로 치면서 
나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을 멘붕상태로 빠뜨렸다. 

이 책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는 
당시 황우석 논문조작을 밝혀낸 MBC 한학수 피디가 
첫 제보를 받고 취재를 해 나가면서 겪은 파란만장한 무용담이다. 

이 책의 부제는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이다. 
제보 접수에서부터 취재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담았다. 
미리 이런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 것처럼. 
아니면 평소 취재를 이렇게 치밀하게 하는 것일지도. 

방송으로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꽤나 흥미롭다. 
때로는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이라는데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최근 <제보자>라는 영화가 개봉했고, 
바로 이 책이 영화의 바탕이 되었다고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2005년 당시, 논문조작 보다는
이 보여준 취재과정과 
당시 광풍이 몰아치던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평가가 궁금했던 차라 
2006년 한학수 피디의 책이 나오자마자 
바로 구입을 했더랬다. 




보다시피 내가 가진 책은 초판 1쇄! ㅋㅋ
영화 <제보자> 개봉에 맞춰
이 책은 <진실, 그것을 믿었다>라는 새로운 제목을 달고,
개정판이 나왔다. 물론 책값도 올랐다.



하마터면 새 책을 살뻔했다. 개정판인 줄 모르고 말이다. 
책장에서 옛책을 꺼내 확인하다가 몇줄 읽기 시작했는데, 
다시 한 번 2005년 그 당시의 이야기에 푹 빠졌다. 

아마 영화 <제보자>는 이 책의 일부만을 다뤘을 것이다. 
정말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이 밝혀지게 된 전 과정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다시 읽다 보니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던 것들, 
또는 너무 복잡해서 그냥 넘겨버렸던 부분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아울러 , 한학수 PD의 이 기록들이 
완전하고도 유일한 '실체적 진실'일까 싶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물론 책에 다 담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을 것이다. 

"전 국민을 잠시, 일부를 오래 속일 수 있을 진 모르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A.링컨)




2014/05/18

5월 15일, 그 날은...

해마다 5월 15일은,
달력에 표시된 기념일로는 스승의 날이다.
하지만 지난 몇 해동안
나에게 5월 15일은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기억에 남을 특별한(?) '사건'들이
상대적으로 빈번히 발생했던 날이다.

바로 어제도 그랬다.
아침에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 스마트폰에는 스팸전화를 걸러주는 앱이 깔려 있는데,
거기에 등록되지 않은 전화번호였다.
이미 쇼핑몰에 주문했던 택배도 다 도착한 뒤라
딱히 -스팸은 아니나- 모르는 번호로부터 걸려 올 일은
없다고 생각하며 받을까 말까를 고민했다.

혹시나 싶어 전화를 받았는데,
여지없는 공무원 말투였다.
자신의 소속이 부산지방검찰청임을 밝힌다.

'무슨 일이지?'
또 내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송사에라도
휘말린 것인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전화를 건 사람은,
지난 2009년 5월 16일,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지금으로부터 딱 5년 전의 일이다.-

나에게 그 날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에 대해
-여전히 또는 아직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결혼식날 저녁에, 어이없이 당한 교통사고,
그것도 가해자가 뺑소니를 쳐버린 황망한 사고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하여간 그 뺑소니범이 현재 다른 사건으로 구속중인데,
시간이 된다면 검찰청에 와서 그 사람이 맞는지
얼굴을 직접 확인해 달라고 했다.

오후 3시로 약속 시간을 잡았다.
막상 시간과 장소, 그리고 내가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이 정해지자 갑자기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평생을 잊지 못할 것만 같았던
5년 전 사고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멀쩡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해서
억울한 옥살이를 시키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은 기억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그 때 내가 본 사람의 얼굴,
사고차량에 대해서는 도무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하지만 뭔가를 본다면, 그것이 실마리가 되어
그 때의 상황이 모두 떠올를 것 같기도 했다.

약속 시간을 10분쯤 남기고 검찰청에 도착했다.
오랜만이다. 이미 한 번 와봤던 곳이라
별로 헤매지도 않았다.

로비에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을 받아든 후,
약속한 사무실로 올라갔다.

부산지방검찰청 7층, 730호 검사실.

사무실에 들어서니 맞은 편 커다란 창으로
검찰청 근처의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었다.
그리고 창을 등진 채 검사의 책상,
그리고 세로로 두 줄의 책상이 놓여있었다.
사무실 입구에는 여직원 책상이 따로 있었다.

이미 한 사람에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이 묘한 눈길로 쳐다보는 것 같다 여기던 순간,
그의 손목에서 빛나는 수갑을 발견했다. 헉-

다행히 나는 여기에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온 것이라,
담당 조사관은 상당히 친절한 태도로 맞이해 주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냐, 5년 전 일인데 기억나겠느냐며
나(또는 내 기억력)에 대한 계속된 의심에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다.
막상 보고 나서 내가 기억이 안난다고 하면
어쩔까 하고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잠시 사무실 옆 대기실에서 기다린 후
내가 골라내야 할 피의자를 포함해 모두 세 명이 앉아 있는,
저쪽에서는 거울이라 이쪽이 보이질 않고
이쪽에서는 상대가 보이는 유리로 된 방에 들어 갔다.

'이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아 왔던 그런 곳이구나.'

세 명. 한명은 확실히 아니었다.
두 명 중 그나마 비슷한 한 명을 골라냈다.
검사와 조사관이 왔다갔다 하더니,
'어, 맞는 것 같은데...'하며 진술조서를 쓰자고 한다.

내가 지목한 사람이 '그 사람'이 맞나 보다.

그래서, 5년 전 경찰서에서 진술했던 내용과
똑같은 내용을 다시 한 번 진술했다.
왜 그들은 경찰서에서 작성한 진술조서를
들쳐보지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는 것일까?

5년이 흘러 가물가물해진 기억을 쥐어 짜느라
극도의 피곤함이 몰려왔다. 조사관이 묻는 질문에 대해
내가 직접 경찰서 진술조서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주겠노라 말해 볼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근무시간 중에 나온 것이지만
사무실에서도 딱히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시 내 차는 자차 보험을 들지 않아서
뺑소니 사고에 대한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범인을 잡으면 재물손괴에 대한
보상을 해 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 역시 어디 쉽겠는가. 그런 돈이 있으면
절도나 특수강도를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2014/04/29

오랜만에.



오랜만에 주원이 집에 공-강 커플과 세 집 식구들이 함께 모였다.
몇 해 전 철마한우축제에서 고기 구워먹었던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원이가 태어났고, 고양이 한 마리(아코)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

세마리의 고양이가 채우던 공간에 두 마리,
아라와 아롱이는 조금 쓸쓸해 보였달까.
주원이가 채운 자리는 컸지만 말이다.

주원이와 함께한 와이 부부의 모습.
어색하기도 했지만 뭐랄까 나보다 나이는 어려도
이젠 정말'부모'다운 모습이랄까.
꽤나 어른스러워진 듯.



2014/04/09

행복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다.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 조건도 아니다.
그럼에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인생은.

2014/04/03

멈추다.


나, 얼마만큼 사랑해?



사랑을 믿지 않는 나에게...
굳이 내키지 않는 질문이다.

봄이 온다.



시간은 절로 흐르고
계절은 또한 바뀐다.

어김없는 자연의 시간. 
어긋나기만 하는 나의 시간. 

어디나 똑같다

내게 사무실이나 집은 똑같다.
내게는 내가 주인이 되는 공간이 없다.
내게는 따라야할 의무만 있을 뿐.
그외의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2014/03/12

진동 미더덕 구입

창원 옛마산 진동에 가서 미더덕을 샀다. 인근 횟집에서 미더덕 덮밥이라도 먹어볼까했는데 아직 알이 작아 그건 안된단다. 대신 회랑 매운탕을 먹었다.

2014/02/21

2014년 2월 내.가.산.책


이번달에 내.가.산.책.은 
<욕망의 코카콜라>, <샐린저평전>, <빌린책산책버린책> 등
모두 3권이다.

모두 신간으로 내 취향이 많이 반영된 선택이다. 
물론 내가 내 돈 내고 사는 책이니 
순전히 내 취향이겠지만... 
이는 가끔씩 내 취향과 상관없이 
책을 고를 때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욕망의 코카콜라>는 우리나라 학자에 의해 쓰여진 
코카콜라에 관한 책이다. 근데 내용이 좀... 그렇다(좀 부실하다).
나중에 내가 직접 '코카콜라'에 관한 책을 써 볼까 싶다. ㅎㅎ 


<샐린저 평전>은 -제목처럼-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샐린저의 이야기다. 
소설만큼이나 소설같은 작가의 이야기. 


<빌린책산책버린책>은 장정일의 독서일기다. 
교양을 넘어 남다른 통찰을 제시하는 장정일이다. 

금년 금연

행복이 가득한 집



행복이란 과연 뭘까? 걱정이나 불안 없는 것?
그건 소극적인 의미에서 행복이거나
아니면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걱정이 끊이질 않고,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결혼을 할 때,
누구나 행복이 가득한 집을 꿈꾼다.
나 역시도 그랬다.

지금, 나는...
잠시라도 걱정이 없는 집을 꿈꿀 뿐이다.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