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제작진은 도대체 왜 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인지 나로선 알 수 없었다. 제목에 '저널리즘'이 들어있고, 출연진들이 방문진 이사, 언론인, 팟캐스트 진행자들로 구성되었지만 아무래도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제작진의 진지한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아니면 의욕은 있으나 제대로 만들 능력이 딸린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자,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일단 프로그램 제목부터.
저널리즘 토크쇼J(제이)
제목을 접하는 순간 든 생각은 '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정체는 뭘까?'였다. '저널리즘'은 뭐고, '토크쇼'는 뭐고, 'J'는 또 뭐지? 내 머릿 속엔 물음표 세 개가 연이어 생겨났다.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저널리즘'은 이 프로그램의 주제(theme)다. '토크쇼'는 장르(genre)다. 'J'는 주제이기도 한 저널리즘(Journalism), 저널리스트(Journalist), 정의(Justice)의 앞 글자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을 꿰뚫는 핵심 열쇳말(keyword)이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간단히 '저널리즘'을 주제로 '언론' 전반 또는 -언론이 추구해야 할- 우리 사회의 '정의(justice)의 문제에 대해 전문가나 언론인 등의 패널이나 게스트들이 한 자리에서 함께 이야기해 보는 토크쇼가 바로 <저널리즘 토크쇼J>의 제목에 담긴 기획의도이자 프로그램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방송 중 패널(최욱 팟캐스트 진행자)의 지적도 있었지만, 무슨 프로그램 제목이 암호문 같다. 단어를 쪼개고 머리를 써서 풀어야 그 의미가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까. 제작진 중 그 누구도 제목만 딱 들었을 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 제목을 만들자고 한 사람이 없었을까? 공영방송 KBS가 새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제목이 처음부터 끝까지 외국어(영어)라니. 참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게다가 프로그램에서는 제목이 들어 있는 저 '저널리즘'을 기존 언론 미디어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등 우리가 미디어를 이용하는 모든 것(방식, 행태)을 포함한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그렇게 모든 게 저널리즘이라면 어떤 것도 저널리즘이 아닌 셈이 아닐까?
그렇다면 첫 방송은 이러한 기획의도에 얼마나 부합했을까? 내 생각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능력 부족이거나 고민 부족이거나 무엇이 되었든 이 프로그램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담긴 내용도 모두 수준 이하였다. 비록 첫 방송이지만 계속 방송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전파 낭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이 프로그램은 스스로 자신(들)이 기레기임을 증명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 진행을 이끌어 가는 진행자(MC), 정세진 아나운서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비록 첫 방송이긴 했지만 진행하는 중 부적절하다 여겨지는 발언, 상황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 발언 등이 너무 많았다. 가령, 패널들을 소개하면서 "어렵게 J의 문(門)을 통과한 패널분들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이지? 패널들이 선발된 것도 아닌데 "어렵게" 통과했다니... 듣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다음으로 '기레기'라는 화제(topic)에 대해 정세진 아나운서는 자신이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임을 밝히며 '기레기'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기도 했고, 국립국어원에 문의도 해봤단다. 당연히 신조어인 '기레기'는 기존의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다. 무엇보다 '기자+쓰레기'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건 '한국어'의 문제가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국립국어원 등의 발언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아니 아무데도 쓸 데가 없는 소리였을 뿐이다. 패널(최욱 팟캐스트 진행자) 또한 이를 놓치지 않고 지적했다.
정세진 아나운서가 스스로 '한국어연구부장'임을 자랑스러워 한다면, '기레기'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본 이야기를 늘어놓을 게 아니라 오히려 왜 이 프로그램 제목이 온통 외국어인지에 대해 제작진의 한 사람으로서 해명하고, 나아가 반성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KBS대표 아나운서로서 '한국어연구부장'까지 맡고 있는 사람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제목이 영어라니. 행여나 '나는 진행만 하지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나 작가는 아니잖아요?'라고 대꾸하지 않을까?
정세진 아나운서의 '헛발질'은 프로그램 내내 계속되었다. 하나하나 지적하기엔 너무 많다. "공영방송의 위기,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지금 그냥 쭉 가야할 것 같은데...(웃음) 본론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는 발언은 그냥 애교쯤으로 봐줘야 할 정도로 말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진행은 메인MC 1명에 다수의 패널들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메인MC인 정세진 아나운서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번엔 패널들이다. 패널들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 패널 구성에 문제가 있다. 최강욱 방문진 이사, 안톤 숄츠 독일 언론인, 최욱 팟캐스트 진행자, 정준희 중앙대 교수 등 4명의 패널인데, 애초에 제작들이 패널 구성에 큰 고민이 없이 구색 갖추기식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일단 미디어 관련 교수 한명은 있어야 할테고, 반대로 미디어 비 전문가지만 높은 학식과 사회적 평판을 지닌 인물 하나(최강욱 방문진 이사), 그리고 외국 사례를 들려 줄 수 있는 외국인 한 명(안톤 숄츠 독일 언론인), 마지막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프로그램에 소소한 재미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인물(최욱 팟캐스트 진행자)까지라고 얼핏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 전문가라는 교수는 시종 '규범적인 내용을 당위적으로 설명'하기만 하고, 외국인 출연자는 선진국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할 시간이 없었으며, 미디어 비전문가로서 사회 엘리트 또는 오피니언리더의 입장에서 말해야 할 사람은 현재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로 이래저래 언론 미디어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자 정치색이 뒤섞인 발언들을 마구 쏟아냈다. 반면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만 들려주기를 기대했던 인물이 정작 가장 묵직한 힘이 있는 지적과 비판을 쏟아낸 건 소 뒷걸음치다 쥐잡은 꼴이랄까. 비주류로 치부되는 팟캐스트 진행자가 주류를 압도하는 모습에 이게 바로 지금-여기 공영방송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는 패널들 외에 게스트들이 출연한다. 첫회에서는 취재기자 2명과 강효상 국회의원이 출연했다. 무슨 토크쇼 하나 만드는데 보도국 인력인 취재기자랑 취재카메라까지 투입하다니. 시사교양과 보도국 간 콜라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제작 효율성이 극히 떨어지는 제작 방식이다. 게다가 강효상 국회의원을 불러다가는 제대로 갈구지도 못하고, 제대로 해명을 들어보는 것도 아니고 왜 불렀나 싶을 정도의 허술한 '토크'만 오갔을 뿐이다. 제발 제대로 만들 능력이나 생각이 없으면 그냥 하지마라...
처음에는 현재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를 짚어볼 듯 시작하더니 <조선일보>, <동아일보>, <채널A>,
첫 방송을 보고 난 후, 과연 이 프로그램이 계속된다고 해도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같지 않더라.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이 프로그램은 그냥 공영방송 프로그램으로서 번지르르하게 허울 좋은 소리만 일방적으로 떠들어 댈 게 뻔하다. 고양이는 스스로 자신의 목에 방울을 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