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연휴에 처가를 다녀왔다.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김해에 들러 왕할머니를 태우고, 창녕 처가로 간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처남 식구들도 함께해서 처가에는 오랫만에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로 시끌벅적했다(?).
인상적인 장면 하나! 추석 다음날 점심 먹으로 인근 식당에 갔다. 우리 일행은 모두 아홉이었다. 장인장모 둘, 우리 가족 셋, 처남 가족 셋에 왕할머니까지. 그렇게 식당 방 하나에 자리를 잡았다.
나와 처남댁은 문앞에 앉아 아이에게 밥을 먹였다. 처남과 아내는 '뭐 맛있는 걸 먹을까?' 메뉴를 정했다. 어째 그 집안은 가족이 모였는데, 아이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인가? 처남은 이제 갓 걷기 시작한 아이의 기저귀 한 번 갈아본 적이 없다. 아내는 아이가 한 번 안아달래도 안아주지 않는다. 팔에 근육이 없어서... 힘들단다.
하여간 같은 핏줄을 나눠가진 이들은 한 자리에 모여 맛난 걸 먹는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나(사위)와 처남댁(며느리)는 자기 밥보다 아이 밥 먼저 챙기는 장면이 펼쳐졌다. 이 중에서 그나마 눈치가 있는 분들은 장모와 왕할머니(장모님의 어머니)뿐이었다. 장모는 서둘러 밥을 먹인 처남댁 아기를 들춰메고 밖으로 나갔고, 왕할머니는 계속해서 아빠(나)인 나더러 밥으라고 성화였다. 할 수 없이 아이가 엄마(아내)한테로 가고 나서야 잔소리가 잦아들었다.
나중에 왕할머니가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들려준 이야기, 할머니 당신 친구분의 아들도, 아이가 아빠만 찾느라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고, 엄마인 며느리는 음식을 먹기만 하는 모습을 봤는데 시어머니 입장에서 자기 아들이 그러는 모습을 보니 속이 뒤집히더란 이야기였다. 어째보면 핏줄인 손녀인데도, 왕할머니는 '아들 가진 시어머니' 입장에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장인을 비롯한 그 집안의 아들 딸들은 어째서인지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능력이 대단히 떨어지는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저들은 '한 가족'이 맞다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