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대화를 하다보면, 꼭 화제(話題)나 본질에서 벗어나 말꼬투리를 물고 늘어지는 놈이 하나씩 있다. 대개의 경우, 이런 친구는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거나 초지일관된 자기만의 입장이나 견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가 1년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빌미로 영화배우 김민선을 고소하면서 불거진 '공인으로서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 파장' 문제가 국회의원 전여옥씨의 글, 다시 동료 영화배우인 정진영씨의 반론 등으로 이어지면서 연예인은 공인인가? 아니면 공인이기 이전에 시민인가?, 연예인은 사회적 발언을 할 권리가 없는가? 하는 논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논쟁을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딴따라로만 치부되던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뭐가 나쁜가? 그리고 -동의하진 않지만- 과연 김민선의 미니홈피 글이 미국산 쇠고기수업체의 파산과 직간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여러 시각에서 한 번 이야기해 볼만한 사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당혹스럽게도 변희재는 갑자기 '(연예인)니네들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냐?'는 자질론을 끄집어냈다. 심지어 "한국의 연예인들은 연예기획사의 나팔수에 가깝다"며 글 끝부분에서는 "이번 기회에 한국 연예기획사들 전체의 고질적인 병폐를 구조조정하여 부도덕한 기업과 스타들을 퇴출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변희재의 난독증(難讀症) 증세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글 역시 그의 경쟁력인 난독증으로부터 글은 시작한다.
인용1) "내가 놀란 것은 이 글에서 정진영이 김민선과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는데, 김민선이 “뭐 어쩌겠어요. 가만 있어야지요”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글쎄. 김민선이 정진영과의 전화통화에서 했다는 저 말을 변희재는 사고 쳐놓고 나 몰라라하는 무책임하고 뻔뻔한 것으로 받아들였나 보다. 하지만 내가 지금, 지극히 개인적인 내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내 글이 가져올 부정적 파장을 고려하고 있냐면 그건 아니다. 물론 나는 연예인도 아니고 공인도 아니다. 하지만 연예인이나 공인도 자기 공간에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권리가 있는 거 아닌가. 이 점에 대해서는 변희재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인용2) "연예인도 자기 주장할 수 있다. 그 주장이 잘못되었고, 그에 피해자가 있다면 최소한의 반성과 사과를 할 수 있는 자세라도 갖추라는 것이다. 그런 자세가 없다면 발언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내 블로그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썼는데, 1년쯤 지나서 내 글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면 나는 '무조건' "잘못했습니다"라고 해야 한단 건가? 나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 그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업자들 망하라고는 안했는데... 결과적으로 쇠고기수입업자들 중 누군가가 파산을 하기도 하고(근데 누가, 어떤 업체가 파산을 했는데?), 매출이 늘지 않으니 그게 모두 내 책임이고, 내가 물어내야 한다고? 쇠고기 수입업자들에겐 유감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그런 책임을 특정 개인에게 묻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객관적으로 발언-매출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고, 나 역시도 무슨 잘못을 했다는 것인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서 "뭐 어쩌겠냐. 가만 있어야지"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직접 전화통화를 해 보지 않은 제3자의 상황에서, 단 두 문장으로 그가 무책임하다느니 뻔뻔하다는 단정을 내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음에도 변희재는, 자신이 가진 연예인에 대한(또는 자기 자신을 제외한 타인들에 대한) 선입관을 그대로 드러낸다.
인용3) "이것은 김민선의 문제가 아니라, 김민선의 소속사인 TN엔터테인먼트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한국의 연예인들은 연예기획사의 나팔수에 가깝다. 지금 당장이라도 TN엔터테인먼트가 움직이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안 하고 있다. 쇠고기 파동 당시 김민선 뿐 아니라 수많은 아이돌스타들이 광우병 쇠고기 관련 발언을 했다. 인터넷 마케팅용이었다. 자기들의 돈벌이를 위해서 전 국민, 특히 10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것이다."
지난해 촛불시위 때 수많은 아이돌스타들이 인터넷 마케팅용으로, 돈벌이를 위해서 광우병 쇠고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에 대한 객관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터진 게 입이라고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깎아 내리는 망언도 서슴없이 해댄다.
인용4) "김민선은 물론 정진영조차도, 사회적으로 파장을 미칠 만한 자기 의견을 개진할 지적 수준은 안 된다는 것이다. 지적 수준이 안 되는 자들이 인지도 하나만 믿고 자기들의 의견을 밝히기 시작할 때, 대한민국의 소통체계는 일대 혼란에 빠진다."
이런 배타적이고, 독불장군식의 아집과 편견으로 대한민국의 소통체계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에 가깝다. 그리고 변희재에게 한 마디 덧붙이자면, "반사!~"
변희재의 글을 자꾸 인용하다보니 나 역시도 '말꼬리잡기 놀이'의 재미에 푹 빠진 것 같다. ㅡㅡ" 에잇... 그건 그렇고, 애초에 내가 하려던 이야기는, 김민선은 미국산 쇠고기수업자들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미국 쇠고기 전체가 광우병에 걸렸다는 것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진짜로 미국 쇠고기를 청산가리와 똑같다고 한 적이 없다는 거다. 이 정도는 누구나 다 아는 거니까 굳이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웃기는 일 아닌가. 글의 의미와 문맥, 맥락을 읽기보다는 표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고, 지엽적인 부분에 큰 의미를 두려고 하는 모습을 보려니 정말 눈물겹다.
근데 말이다. 이 <빅뉴스>라는 사이트의 정체가 뭐냐? 인터넷신문인지, 컬럼 사이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