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2018년 4월 14일-15일) 1박 2일 동안 지율이와 함께 창녕 처가를 다녀왔다. 토요일에는 비가 많이 내렸는데, 아내가 생일 답례 선물을 사러 간 동안 내가 지율이를 데리고 이비인후과에 갔다. 지난 일주일 넘게 지율이는 콧물과 가래 때문에 밤마다 고생을 해 온 터였다. 다행히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지 병원 가는 동안 우산쓰고, 장화신고 참방참방 뛰어다니기도 했다.
지율이가 다니는 이비인후과에는 -똑같은- 뽀로로 책이 두 권 있다. 병원 앞 복도에는 물고기 어항도 있어서 이것저것 들여다보기 좋다. 2층 병원에 들렀다 1층 약국으로 가는 경로는 매번 똑같다. 오늘은 우리보다 앞서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는데, 지율이보고 귀엽다고 사탕 두 알을 쥐어 주신다. 지율이는 부끄러워서 말도 못하고 내 뒤로 숨기만 했다.
진료를 받으니 지율이 상태가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다 나은 건 아니란다. 다만 열이 없으니 해열제는 빼고 처방을 해 주겠단다.
다행히 아내가 차를 약국 앞까지 몰고 와서 바로 지율이를 태우고, 창녕으로 출발! 원래는 가까운 추어탕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갈랬는데, 지율이가 그냥 출발하자고 한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는 걸로 하고, 새로 생긴 도시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슝!~
비가 와서 그런지, 새로 생긴 도로라 그런지 통행량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남해고속도로 진영휴게소에 도착할 때까지도 비는 계속 내렸다. 그동안 지율이는 차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꿈나라로... 휴게소에서 막 잠이 깨는 바람에 짜증을 좀 부리긴 했지만 돈까스랑 충무김밥이랑 왕만두국으로 무사히 끼니를 해결했다. 휴게소 내 편의점에서 맛있는 '앰버쥬스'랑 '까까' 등도 샀다.
창녕 처가에 도착하니 장모님은 집을 비운 상태. 장인어른만 TV를 보고 계셨다. 장인어른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지율이를 보더니 "많이 컸네"라는 첫 마디를 내뱉으셨다.
장모님은 마을 잔치 준비하느라, 장모님께서 이번에 첫 마을축제 추진위원장을 맡으셨다. 그러고 보니 마을 입구에 풍선도 달려있고,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던 것 같다.
지율이는 잽싸게 자기 방으로 달려가 장난감을 갖고 놀기 시작했고, 장모님께서 새로 산 의자도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클래식한 아기 의자인데 외형이 상당히 럭셔리해 보였다. 나도 이런 큰 의자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저녁에는 남지읍에 있는 생선구이집을 찾아갔다. 고등어를 비롯해 여러 생선 구이가 모둠으로 나오는 것이었는데, 지율이는 어마어마한 양의 밥 한그릇을 물고기 반찬과 함께 몽땅 비워냈다.
처가에 돌아와 지율이는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잠시 놀다가, 내품에서 잠이 들었다. 감기약을 먹어서인지 평소보다 쉽게 잠이 든 것 같다. 다만, 내가 팔베개를 해 주고 있었는데, 행여나 내가 뒤척이다가 깰까 싶어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는...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뒹굴뒹굴하면서 엄마쪽으로 가더라는.
아침에 물건 가지러 들어오신 장모님 소리에 잠이 깼다. 처가에서 나는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편인데, 일어나보니 7시 30분 정도. 급하게 옷만 챙겨 입고 목욕탕 간다고 집을 나서기로 했다. 때마침 외출 준비를 하던 장모님과 함께. 축제 준비때문에 마을 회관으로 가시는 길이란다. 그 와중에 처가에 있던 두 마리 개 중에 한 마리, '복돌이'가 사슴농장으로 떠나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덩치가 큰 데 매일 묶여 있는 게 안쓰러워 그랬다는데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보낸 것에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한편으로는 그렇게라도 좀 자유스럽게, 다른 환경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기도 하다. 나중에 지율이에게 '복돌이 딴 데로 갔대'라고 이야기 해줬는데 지율이는 순간 표정이 진지해 지는가 싶더니 크게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나중에 장모님이 오셔서 지율이에게 "엄마,아빠는 (집에) 가라고 하고 지율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랑 (여기)있을까?"라고 물었다. 지율이는 "아니, 엄마랑 아빠랑도 같이 있어야 돼"라고 대답했는데... 어째 분위기가 심상찮다. 가까이 가서 보니 지율이가 뒤돌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막 우는 게 아니라 눈물 한 방울이 뚝 하고 떨어진 것처럼. 내심 그 이야기가 섭섭했나 보다.